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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당신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내일의 기억(明日の記憶)'

by jinsit 2022. 11. 9.

개봉: 2007/05/10

장르: 드라마

국가: 일본

시간: 121분

 

영화 공식 포스터

1. 알츠하이머 소재 일본 영화

  내일의 기억(2006)은 오기와라 히로시(荻原浩)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일본의 국민배우 와타나베 켄(渡)이 영화화하기를 열망해 영화제작에 모든 것을 관여하며 직접 주연과 프로듀서를 맡아 열연한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일본영화이다.

  사라져 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병마와 대치하고 있는 주인공의 사투에서 직장 중년 남성의 희미해져 가는 기억 넘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 직장 동료들의 믿음과 우정, 이를 받아들이며 이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장면 장면마다 생생히 펼쳐지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터‘생로병사’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불치병이 찾아온다면 하루하루 어떤 심정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기억을 상실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그가 일궈놓은 중년의 인생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감동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떨칠 수 없었던 몰입도 만점의 영화이다.

 

2. 내일의 기억

  광고 대행사 영업부장으로 근무하는 49세 ‘사에키 마사유키’는 큰 클라이언트의 계약이 성사되는 등 분주하지만 순탄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부터인지 거래처 담당자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 자동차 키를 잊어버리며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사위를 만나러 가는 운전 도중, 다니던 길을 착각하기도 하고, 수시로 잠이 쏟아지는 등의 이상 이상증세가 시작된다. 직장인으로 가장 심각한 증세중 하나는 미팅 날짜를 깜빡하고 회의 시간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 탓일까라는 위안도 잠시, 식당에서 뷔페 음식을 담아 돌아오는 자리를 찾지 못해 어리둥절 한다. 자리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자 회사 직원들이 부르는 모습에서 조차도 그들이 직원인 것조차도 인지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린 것이다. 자신의 이상 증세를 느낀 그는 퇴근 후, 건망증 등 자신이 겪고 있는 증세의 원인을 찾아보기에 이른다. 하지만 같은 물건을 계속 사들이는 남편의 증세를 수상히 여긴 아내는 남편을 설득해 병원을 찾게 된다.  간단한 테스트가 끝나고 회사에 돌아와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도 화를 내는 등 의외의 반응에 직원들은 반응 또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검사결과를 확인하는 날 의사로부터 부부는 청천병력 같은 병명(청년성 알츠하이머)을 듣게 되고, 이를 부인하는 사에키…….

 

  미국의 의사이자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환자가 자신의 병을 선고받고 이를 인지하기까지의 과정을 5단계(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로 구분해 놓고 있다. 이 영화 역시 초기 단계에서 주치의의 실력을 부정하기도 하고,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직면한 그는 착란과 자포자기의 상태로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도 하지만 의사의 진정어린 설득으로 가까스로 단념하는 주인공, 옥상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 주저앉은 사에키 부부는 눈물을 흘리며 병과 마주할 각오를 다짐한다. 시부야 역에서 길을 잃고 회사에 전화해 간신히 여직원의 도움으로 회의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급박한 상황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장면이었다. 그의 병명이 회사 전체에 퍼지고 더 이상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없음을 알게 된 그는 희망퇴직을 권유받고 사표를 제출한다.

 

  시간은 흘러 2004년 여름, 부부는 도자기를 굽던 젊은 시절의 에미코를 기억하며 청혼했던 당시를 떠올린다. 병의 증세가 악화됨에 따라 에미코는 집안의 모든 물건에 이름을 써 붙이는 등 간병에 주력하고 사에키는 하루하루의 일기를 쓰는 등 기억을 붙잡으려 노력하고…….

 

영화 스틸컷

3. 마치며

‘내일의 기억’이라는 동명영화가 많이 선보이고 있지만, 50대 중년 직장인이 차차 기억을 상실해 가는 과정의 애환을 가감 없이 잘 녹여낸 작품은 흔치 않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도 알츠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는 물론, 환자를 둘러싼 가족들의 애환과 사회적인 시선,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사회 복지문제 등 여러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다양한 병명들이 있고 이것이 나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간과할 수 없는 장면들이다. 작품상으로는 2005년 야마모토 주고로 상(山本周五)을 수상한 동시에 같은 해, 원작소설도 서점 대상 2위를 차지해 문학성을 인정받은 바 있으며, 알츠하이머에 대한 관심을 사회현상으로까지 확대시키는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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