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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순수한 농촌 코미디 영화 이장과 군수

by jinsit 2022. 11. 26.

영화 이장과 군수

 

개봉: 2007/03/29

장르: 코미디

국가: 대한민국

시간: 113

감독: 장규성

 

 

 

 모년 모월 모일 두 사람이 이 절벽의 길에 섰다. 뒤는 ’, 앞은 ’, 그는 내 벗, 죽마고우! 내 적, 필사의 적”. 그와 나는 고향이 같고, 생년 월이 같고, 함께 하나의 그네를 탔고, 함께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생략), 친구라기 보다는 차라리 형제, 아니 세상의 어떤 형제보다도 친했다. 그런데 왜 지금 적, 필사의 적이 되었느냐. ‘는 성공하고 는 실패한 것이다.” (도쿠토미 로카)


영화 스틸컷

1. 인생은 새옹지마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던가.  “이장과 군수(2007)”는 충청도 어느 시골 산골마을 초등학교 동창이 각자의 인생을 살다가, 성인이 되어 서울에서 성공한 ‘노대규(유해진 분)’와 시골에 남아있는 ‘조춘삼(차승원 분)’을 통해 우등(優等)과 열등(劣等)한 두 캐릭터의 재미있는 케미를 조화롭게 엮어 만든 이야기로, 순수했던 어린 시절 두 아이가 성장해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이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지만 한 사람은 서울에 올라가 대학교육을 받고, 한 사람은 교육의 사각지대인 시골에 남아 있다. 서울로 간 ‘대규’는 어릴 적 ‘춘삼’이 마음에 두었던 예쁜 동창과 결혼도 하고, 조선시대라면 군의 으뜸벼슬인 군수가 되어 지금의 위치에 서 있다. 시골에 남아있던 ‘춘삼’은 교육의 길도 단절된 채, 장가도 못 가고 치매에 걸린 늙은 아버지를 모시며 살고있다.   더구나, 군수로 성장한 ‘대규’는 초등학교 시절 반장인 ‘춘삼’의 아래에서 꼬봉노릇만 하던 아이였으며, ‘대규’의 잘못까지 ‘춘삼’이 뒤집어 써 주는 등의 한때는 우정 깊은 사이였다.

 

 영화의 이야기는 어느 날, 서울에 있던 ‘대규’가 군수가 되어 고향마을로 돌아오고 세월 속에 역전이 되어버린 두 사람은 성공과 열등감으로 감정의 골이 파인 채, 티격태격 싸워가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해 가는 내용이다. 특히 두 배우의 코믹한 연기가 실제보다 더 리얼함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내내 폭소가 이어지는 코믹한 영화이다.

 

2. 길고 짧은건 붙어봐야 안다

 어느 비가 내리는 시골마을 언덕길. 자전거를 타고 비탈길에서 내려오던 남자가 낭떠러지 논두렁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이날 사고로 마을 이장이 사망하고 하루라도 마을 이장이란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둘 수 없다는 마을 사람들은, 사망한 이장댁 장례식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젊은 춘삼을 추천한다.  이렇게 떠밀리 듯 어떨결에 이장이 된 춘삼’ .

 

어느 날 면사무소에서 아리따운 아가씨 ‘남옥’이 찾아온다. 새로 부임한 이장에게 인사차 왔다고는 하지만, 사실 남옥은 군수 선거를 위한 벽보 문제로 그를 찾은 것이었다. 신나게 벽보를 붙이던 춘삼은 갑자기 포스터의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는데, 포스터에 찍힌 얼굴이 어린 시절 바로 자신의 꼬봉이었던 ‘대규’였던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계속 반장만 하던 춘삼인 나에게 초코파이를 주며 이번은 자신이 한번이라도 반장이 해보고 싶으니 한번만 반장선거를 포기해 달라고까지 했었던 대규. 자신의 상대도 되지 않는 그가 군수로 나온다니,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아니겠는가.  춘삼의 자존심은 발밑에 떨어지고 대규에 대한 시기심과 질투가 불타오른다.

 

마을 사람이들은 고향사람이 군수로 나온다는 사실에 흥분했고, 질투심에 불탄 춘삼은 절대 그 얼굴로는 군수로 나올 수도 없다고 반박한다. 포스터의 찢어진 눈을 가리키며 “눈 떠 임마”라는 대사라든지, 대규(유해진) 역의 아역배우가 현재 대규역의 유해진 눈매와 붕어빵 같은 사실도 폭소를 짓게 하는 포인트이다.

 

 드디어, 투표 개표일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지는데, 정말 ‘대규’가 군수로 당선된 것이다. 군수가 된 대규는 멋진 자동차에 예쁜 마누라와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당당히 고향 마을에 도착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춘삼의 마음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군수의 취임식이 열리고 ‘대규’앞에 인사차 찾아온 부동산 업자 백사장. 그의 의도를 알고 회의를 핑계대는 ‘대규’. 대규는 이전의 군수들과는 차별화되는 신선한 군수가 되고자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마을 이장인 춘삼은 죽은 이장이 성사시키지 못한 마을의 비포장도로 사업을 이어받아 이 일을 완성시키고자 군수인 대규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대규 역시 춘삼의 전화를 탐탁해 하지 않는다. 어릴 적 초코파이를 받아먹고 반장 선거를 포기한다던 그가 약속을 어긴 것이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규를 찾아온 춘삼은  “맨날 부반장이나 하던 너가 군수가 되다니 대견하다”는 식으로 20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는 비아냥 거리는 언동에는 그가 부탁하는 도로포장의 부탁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이에 “이장과 너가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 말로 응수하는 대규. 이들의 대결은 팽팽하기만 하다.

춘삼은 이장으로서 마을 사업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내는 등의 열정을 보이지만, 방사성 폐기 유치장을 마을에 설치하고자 하는 초보군수 대규와의 신경전 역시 만만치 않다. . 한 마을의 사업에 동반자가 될 이들이 질투와 시기로 똘똘 뭉친 채, 이들에게 타협의 평행선은 언제나 좁혀질 수 있을까.  한편 부정부패를 일삼아 왔던 부동산 거부 백사장은, 갑자기 젊은 군수가 나타남에 따라 모든 일이 순조롭지 않다. 결국 백사장과 그의 무리들은 대규를 곤경에 빠트리려는 계획을 음모하고 음식점으로 그를 초대한다.

 그리고 군수의 빈 차에 몰래 돈다발을 넣어두는 것을 촬영한 후, 고의로 이를 발각시켜 거액을 받았다는 누명을 씌우는 수법으로 그를 끌어내리는데 성공하고 자기들만의 술자리 파티를 마련한다. 누명을 쓰고 나락으로 떨어진 대규. 신문을 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춘삼은 마침내 친구인 대규의 일이 백사장무리의 짓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술자리가 무르익은 백사장 무리들을 찾아가 한바탕 복수를 해준다.

 

영화 공식 포스터

 

3. 단순 코미디는 아니다

 이 영화는 단지 코미디로 끝나지 않고 현지 정치판에서 행해지고 있는 사건들을 시골이라는 좁은장소로 옮겨놓은 소정치판을 연상시킨다. 지금도 잊을만하면 새로운 인물을 찾는 포스터가 벽보를 장식하지만 참신한 일꾼을 보기는 드물다.

 영화속의 시골 강덕군 역시 정경유착이란 끈으로 묶인 동네였고 그 동네를 4년 동안 지배했던 전 군수는 부동산 거부 백사장과 깊은 유착관계에 얽혀 있었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거대한 경제력과 힘을 가진 백사장에게 교묘하게 위협을 받게 되는 군수의 모습과. 나름 유능한 젊은 군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대규. 깨끗한 이장으로 마을을 바꾸려 노력하는 춘삼이란 젊은이의 모습은 앞으로 참신한 시대로의 변혁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끝으로, 반장과 부반장의 위치가 군수와 이장의 신분으로 뒤바뀐 그들의 자존심 대결 또한, 잠시 인간 본연의 감정 속에 잠자고 있었던 시기와 질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장은 아무나 하나”라는 대사 역시 모든 일에 책임이 요구된다는 메시지로 다가오고, . 나아가 그들 두 사람의 우정을 다시 찾아간다는 것 또한 평범한 우리네 인생사를 보는 듯 하다. 이렇듯 시기와 질투 속에 성장하는 것이 삶이라는 점과 두 배우의 훌륭한 케미와 익살스런 연기는 한편의 멋진 코미디 장르 영화로 손색없는 의미있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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