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 개론”
개봉: 2012.03.22
장르: 로맨스, 멜로, 드라마
국가: 한국
시간: 118분
감독: 이용주
출연 : 승민(엄태웅), 과거 승민(이제훈), 현재 서연(한가인), 과거 서연(수지), 납득이(조정석), 재욱(유연석), 서연부(이승호), 강교수(김의성), 승인 엄마(김동주), 구소장(박수영), 은채(고준희) 등.
1. 청춘 로맨스 성장영화 '건축학 개론'
“건축학 개론(2012)”은, 대학 새내기의 풋풋하고 아름다운 연애를 그리고 있는 청춘들의 모습과 성인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현재와 과거로 번갈아 보여주고 있는 청춘 로맨스 성장영화이다.
배경은 1996년 하반기로 설정되어 94학번에서 96학번에 해당되는 우리 모두의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란 점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스토리이다. 20대를 대학 캠퍼스에서 보낸 후 12년이 지나 35살이 된 이들은 이혼녀와 건축가의 삶으로 나뉘어 있다. 추억은 돌릴 수 있지만 시간은 돌릴 수 없는 현실. 또한 당시를 기억하게 하는 게스 티셔츠, 삐삐, 강남과 같은 단어들이 90년대 취향과 소비성향, 세련과 낭만을 말해주고 있다.
과거의 이야기엔 사랑의 설렘, 질투, 풋풋함이 가득 찬 남녀 대학생들의 모습이, 현재의 모습에서는 서툴렀던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어쩌면 사랑이었을지 모를 당시의 아름답고 안타까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본다.
2. 영화 '건축학개론' 줄거리 및 결말정보
화면은 바닷가의 어느 낡고 허름한 집. 하이힐 소리가 똑똑 들리며 검은 원피스의 여자가 들어온다. 다시 화면은 시내 한 사무실. 피곤한 듯 책상 위에 웅크려 자고 있는 건축가 승민(엄태웅)의 모습이 보이고 한눈에도 업무에 지쳐있음을 알 수 있다. 그때 갑자기 승민의 친구라며 찾아온 서연(한가인)이 들어온다. 대학 친구라며 소개하는 서연에게 승민은 호구조사라도 하듯 남편 결혼 등등의 말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좀 무례하다 해야 할지 무뚝뚝하고 얄밉기까지 한 승민. 승민을 찾아온 서연은 그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제주도의 허름한 집을 새로 지어달라는 것이다. 그 집만은 꼭 승민이 지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찾아온 서연이다. 이런 저런 핑계로 거절하며 서연의 화를 돋구다가 결국 승낙하게 되는 승민. 이들에겐 대학시절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집을 보기 위해 두 사람은 제주도로 내려가고, 그 낡은 집 담벼락에는 서연이 커가는 키를 그어놓은 표식이 남아있는 서연에게 추억이 서린 집이었다.
서연은 15년 전인 대학 1학년시절, 승민과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건축학 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서연은 음대생이었고, 승민은 건축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그곳엔 잘생긴 선배 재욱(유연석)이 있었는데 그와의 만남이 운명적인 이들의 사이를 갈라놓는 큰 걸림돌이 될 줄이야.
건축학 수업 첫날,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길을 지도 위에 그려 넣어보라는 교수의 말에 빨간 펜으로 선을 긋는 서연. 그 선위에 포개어 선을 긋는 승민. 이들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
서연에게 교수가 묻는다. 집이 정릉이면 ‘정릉’은 누구의 능이냐는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의 대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조? 정종? 정약용? 이 부분에서 터지는 학생들의 폭소. 이렇듯 백치미를 자랑하듯 순수하기 만한 서연이다.
다음주까지 자신이 사는 동네의 골목이나 건물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이들의 과제이다. 이 과제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온 승민 앞에 서연이 나타나며 둘의 만남은 시작되지만 숫기가 없던 승민은 재수생 친구 납득이(조정석)을 만나 연애 상담을 한다. 도통 연애를 모르는 승민을 납득할 수 없어 항상 안타까움으로 조언하는 납득이는 이름조차 재치의 대명사답다.
동네를 돌다 대문 밖으로 삐저나온 담쟁이가 있는 빈집을 발견하고 서연은 그곳으로 서슴없이 들어가고, 망설이며 따라 들어가는 승민. 이곳은 그들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고, 다음 날 최대한 먼 곳으로 과제를 핑계로 떠나 데이트를 하는 두 사람.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이렇게 그들의 추억은 쌓여갔다.
화면은 다시 성인이 된 후의 설계사무소로 전환되고, 설계 단계부터 두 사람의 조율은 쉽지 않다. 서연은 한껏 멋을 부리고 승민의 넥타이를 사서 멋진 레스토랑으로 불러냈지만 여직원이 동행한다. 슬쩍 넥타이 선물을 숨기는 서연. 서연은 두 사람에게 각자 애인을 소개시켜 준다 말하지만 이미 승민과 사무실 직원 연채(고준희)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 사이였음을 알게 된다.
결국 넥타이는 병실에 계신 아버지에게 돌아간다.
어느 날 승민은 강남에 사는 재욱의 집으로 초대되어 맛있는 자장면을 먹으며 재욱에게 여자 다루는 법을 듣지만, 그 방에서 여자 스타킹이 나오면서 승민은 재욱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스타킹의 주인이 서연이 아니기만을 바라면서…… 재욱은 건축학 첫 수업 날, 보광동의 위치를 묻는 교수의 질문에, “강북은 잘 몰라서”라며 은근히 강남에 사는 자신의 위치를 으스댔던 캐릭터이다.
승민은 항상 선배 재욱을 주시하면서 서연이 그와 엮이지 않기만을 기도한다. 일타강사 납득이는 순수하기 만한 승민에게 썸타는 여자에게 고백하는 법과 키스법을 알려준다.
오늘은 방송반 서연이 학교 방송을 하는 날이다. 방송이 끝나고 기다리던 승민 앞으로 서연이 나오자 목소리를 칭찬하며 반갑게 맞이하지만 방송부 선배 재욱이 뒤따라 나오며 그들을 집까지 태워다 준다. 그리고 뒷좌석에 탄 승민이 잠이 들었다고 생각한 재욱은 서연에게 눈을 감고 있는 승민의 ‘게스’티셔츠의 스팰링이 바뀐 것을 조롱하듯 말하고, 눈을 감고 이 말을 들은 승민은 차에서 내린다.
화가 난 승민은 집에 도착해 티셔츠를 벗어버리며 괜시리 어머니를 향해 화를 내고 다시 납득이를 만나 연애 강의를 듣는다. 납득의 말대로,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이 효험은 있을 까. 이후, 서연은 강남으로 이사를 가고, 승민은 이사한 집 커튼을 달아주고 앨범을 보는 등 한껏 부푼 마음이다.
한편, 다시 화면은 성인이 된 두 사람을 보여주고. 서연은 가정사를 얘기하며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제주도에 와서 살 것이며 사실은 얼마 전, 이혼했다는 말을 한다. 어느덧, 제주도 집도 완성단계가 되어가고, 피아노 놓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2층을 다시 설계하는 등 멋진 집이 완성된다. 결혼을 앞둔 승민은 연채와 결혼 후, 미국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다. 이들 역시 완벽한 결혼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로 미국 행을 결정한 것이다.
기억은 다시 대학시절, 종강파티가 있던 날. 승민은 서연에게 고백하기 위해, 그녀의 집 앞에서 추위에 떨며 그가 오기를 기다리던 중, 그녀 집 앞으로 재욱의 차가 보이고 술에 만취한 서연이 내린다. 재욱은 서연을 부추기고 집으로 들어가고 이를 본 승민은 발걸음을 돌린다. 다음 날, 승민이 남기고 간 흔적을 발견하는 서연. 데이트가 있던 날 나중에 꼭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며 연필로 집 설계를 그렸던 흰 송이가 쓰레기더미에 던져져 있었다. 이렇게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승민은 다시 납득이를 만나 사정을 털어 놓고 위로를 받는다.
다시 제주도, 서연은 승민이 첫사랑이었다는 고백으로 대학시절 얘기로 돌아가고, 서연의 얘기로 승민은 그 동안의 오해로 과거 엇갈렸던 일들을 풀게 된다. 하지만 무심한 세월 앞에 승민은 서연을 부둥켜 안으며 눈물을 흘린 후,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얼마 후, 승민으로부터 하나의 택배가 도착한다. 박스 속에는 씨디 플레이어가 들어있다. 아직까지 승민이 이것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은 계속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서연은 승민이 지어준 집 창가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함께했던 음악 ‘기억의 습작’을 들으며 눈물흘린다. 이어 서연이 듣고 있는 음악소리와 함께, 넓게 펼쳐진 제주도 바다 전경을 비쳐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3. 영화 건축학개론 후기 및 감상평
사회가 급변하고 사랑의 방식도 달라진 요즘은 첫 만남부터 원나잇을 하는 등의 급한 사랑이 있다고 한다. 가치관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위험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여기 두 주인공의 사랑도 시대와 함께하는 걸까. 좀더 정직했어야 했었다는 안타까움을 들게 한다.
사랑한다 한마디면 될 것을 서로 상처를 주고 상대방의 언저리에 맴돌다가 결국 자신도 상처만 입고 돌아서는 사랑. 이러한 순진함에서 오는 상처의 오류는, 30대 중반이 된 두 사람의 대조적 태도를 통해 아쉬움으로 나타난다. 또한 몇 년을 버려두었던 서연의 집이 개축이 아닌 증축의 건물로 탈바꿈 하는 것처럼, 서연의 인생도 다시 태어날 수는 없기에 증축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90년대 당시, 대학생활을 해온 사람들의 설렘과 첫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채,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 추억을 더듬어본다는 이 작품은, 역대순위 92위안에 들 만큼의 흥행을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객수 400만명의 기록은 영화의 명성에 비하면 높은 숫자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명작으로 손꼽히는 몇 안 되는 작품이라는 후문이다. 우리네 인생을 설계를 통한 건축에 빗댄 ‘건축학개론’. 지금도 서귀포시 동쪽에 있는 ‘서연의 집’이라는 팻말을 달고 있는 이 건물은, 여전히 추억의 연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장소가 되었다고 하니, 이곳을 찾아 영화의 의미와 추억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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