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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미나리(2020)” – 진짜 삶은, 물가에서 조용히 자라는 풀처럼

by jinsit 2025. 5. 7.

🎥 “미나리(2020)” – 진짜 삶은, 물가에서 조용히 자라는 풀처럼

 

미국 아칸소의 한 시골 농장. 그리고 그곳에 뿌리를 내리려는 한 가족. 영화 **〈미나리〉**는 거창한 사건보다 조용한 파동을 통해 관객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작품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뿌리 내리려는 한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이렇게 뭉클하고도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은 많지 않다.

개봉 당시 아카데미를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쓴 이 영화는, 윤여정 배우의 오스카 수상으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사실 그 내면에는 ‘가족’과 ‘정착’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담겨 있다.


 

🎬 감독과 출연진, 그리고 배경

 

  • 감독: 정이삭 (Lee Isaac Chung) – 자신의 유년기를 바탕으로 각본과 연출을 맡음
  • 주요 출연진:
    • 스티븐 연 (제이콥 역) – 가족을 위해 땅을 일구는 가장
    • 한예리 (모니카 역) – 아이들을 걱정하며 현실을 보는 엄마
    • 윤여정 (순자 역) – 전통적인 듯, 전혀 전통적이지 않은 할머니
    • 앨런 김 (데이빗 역) – 심장병을 앓는 귀엽고 당찬 막내아들
    • 노엘 케이트 조 (앤 역) – 언니이자 관찰자

배경은 1980년대 미국 아칸소. 도시와는 거리가 먼 들판, 트레일러 집, 물탱크, 삐걱대는 트럭까지. 현실과 로망 사이에서 오가는 이 풍경은 이민자 가족의 처지를 더 진하게 보여준다.


 

🌱 줄거리: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무언가를 키우다

 

1. 낯선 땅, 그러나 희망의 시작

제이콥은 닭공장에서 병아리 성별을 감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진짜 돈을 벌려면 자기 땅이 있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칸소 시골로 이주한다. 아내 모니카는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아직 어린데, 병원은 멀고, 학교도 없고, 무엇보다 막내 데이빗은 심장이 약하다. 거친 땅 위에 무언가를 심겠다는 아버지와, 안정된 삶을 원하는 어머니의 엇갈림은 서서히 균열을 만든다.

 

2. 할머니의 등장, 그리고 ‘미나리’

 

한국에서 건너온 순자 할머니가 가족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이 집엔 새로운 공기가 흐른다. 손자 데이빗은 ‘이상한 한국 할머니’를 경계하지만, 그와의 관계는 천천히 무너지고 이어지며, 순자는 데이빗을 위해 ‘미나리’를 심는다. 물가에서 가장 잘 자라는 풀. 강인하면서도 알아서 살아남는 식물. 순자의 말처럼, 미나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린다.

 

3. 꿈의 흔들림, 그리고 큰불

 

제이콥은 정성껏 키운 채소를 한인 마트에 납품하려 하지만, 거래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집안에도 균열이 커져 간다. 모니카는 떠나기를 원하고, 제이콥은 버티기를 선택한다. 그리고 모든 걸 담아두었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불길 속에 두 사람은 어쩌면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

 

4. 끝이 아닌 시작

 

농장은 잿더미가 됐지만, 가족은 무너지지 않았다. 데이빗은 어느새 스스로 달려가고, 할머니는 모든 걸 잃고도 가족을 위해 미나리를 지켜냈다. 영화는 ‘미나리’가 자란 물가를 비추며 끝을 맺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버티고 자라는, 그 풀처럼.


 

💬 감상평: ‘우리’의 이야기였기에 더 울컥했던

 

〈미나리〉는 화려한 액션도, 반전도 없다. 그러나 그 담담한 전개 속에서 관객은 울고, 웃고, 자신을 돌아본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가족이 서로를 품고 뿌리내리는 모습을 통해, 단지 이민자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감정이 살아난다.

특히 윤여정 배우의 연기는 ‘할머니’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집스럽고 엉뚱하면서도 깊은 사랑을 품은 인물로, 순자는 영화 전체의 정서를 견인한다. 그리고 데이빗 역할을 맡은 앨런 김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투정부리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의 눈으로, 관객은 ‘가족’이라는 주제를 더 생생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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