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라인드(Blind)" 2007
감독 : 타마르 반 덴 도프
등장인물 : 루벤 리틀란더 역(요런 셀데슬라흐츠), 마리 틴 역(핼리너 레인), 빅토르 베르비케 박사 역(얀 데클레르), 캐서린 리틀란더 역(카켈리네 버벡), 마리(상상 속) 역(아마릴리스 위테르린덴) 등.
1. 영화 블라인드 서론 및 배경정보
서로가 서로를 만나 상대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기 까지는 시각으로 느끼는 몇 초정도의 판단의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그 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 상대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고 결혼에 이르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만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 보이지 않는 눈으로 진실한 사랑을 발견한 주인공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 있다. 나이와 외적 조건을 떠나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두 남녀의 이야기는 아름다워지기 위해 성형수술이 횡행하는 요즘 세태에 진실한 사랑이 외적 용모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영화 “블라인드”는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자신과 세상을 향한 원망 속에 난폭함으로 무장된 주인공 ‘루벤(요런 셀데슬라흐츠)과 그를 위해 고용된 ‘마리(핼리너 레인)’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의 로맨스 멜로 영화이다. 감독(타마르 반 덴 도프)은 남녀 주인공을 통해 사랑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그들의 세계관을 창조해내고 있다.
2. 영화 블라인드 줄거리 및 결말정보
영화의 시작은 루벤이 사는 큰 저택을 찾아가는 마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추운 겨울날. 마리는 후드가 달린 긴 코트로 온 몸을 감싸 입은 채 흰 눈밭이 펼쳐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으로 펼쳐진다. 깊게 눌러쓴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넓은 설원을 걷는 모습은 마치 괴기영화의 한 장면은 연상하게 할 정도로 스산한 기운이다. 그가 찾아간 곳으로 바뀐 화면은 루벤의 집. 집안에서는 울리는 큰 고함소리는 불안한 마리의 앞날을 예고해 준다.
한편, 루벤의 어머니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했으나 아들의 성격이 워낙 괴팍한 탓에 오래 버텨줄 사람은 찾기는 힘들었고 몇 번의 사람을 교체한 끝에 마리를 선택한 것이다. 루벤은 후천적 맹인이지만 마리 역시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과 같이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어릴 적 엄마의 학대로 얼굴과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흉측한 모습으로 남의 시선을 피해 살아가는 운명이었다. 푹 눌러쓴 후드와 긴 코트가 외부로부터 자신을 감추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록 남의 시선을 피해 다니곤 있지만 앞을 볼 수 없는 루벤 앞에서만큼은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렇게 만난 루벤과 마리. 그녀는 엄마의 호된 학대를 참아낸 만큼의 세상 어떠한 어려움도 견뎌낼 각오가 되어 있다.
대저택의 문을 열고 루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위기를 맞는 그녀. 그녀는 루벤이 던진 날아오는 컵과 접시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며 그와 대치한다. 이 정도의 내공은 그녀의 중무장한 외투 속에 숨져져 있었음을 확인해 주며 이렇게 마리의 생활은 시작된다. 처음 마리는 루벤에게 목욕을 시켜주려 하지만 루벤의 폭력성은 그의 엄마조차도 손을 댈 수 없었다. 루벤의 엄마는 미망인으로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이런 아들의 모습에 가슴아파할 뿐, 그저 담담한 엄마의 모습에서 더 큰 아픔이 전달된다. 이렇게 영화는 서로데 대한 대화보다 각자의 행동만을 축으로 흐르며 상황 속으로 몰입감을 더해간다. 그의 폭력성을 잠재울 것은 의사로부터 강제 주사를 주입하는 것 뿐이다. 빛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사는 루벤은 암흑의 세계에서 발버둥치는 한 마리 짐승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그에게 어느 날 마리란 여자가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흰머리에 온몸의 흉터로 얼룩진 루벤에 비해 나이도 십년 이상이나 많아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루벤의 모든 횡포를 참아내며 책을 읽어주며 시중을 들어준다. 감촉으로 모든 걸 느끼게 하고 책의 냄새를 맡게 한다. 루벤은 서서히 감미로운 마리의 목소리에 빠져들게 되고 그의 교육에 길들여간다. 그리고 혼자만의 상상을 한다. 아마도 그녀는 빨간 머리를 갖고 있으며 아름다운 모습이겠지. 마리에 대한 궁금증을 묻는 말에 엄마도 대답을 한다. 21살의 나이에 빨강머리. 차차 눈으로 볼 수 없는 루벤이지만 손끝의 감각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는 점점 사물에 대한 관찰과 마리에 대한 관심은 마리에 대한 사랑으로 변해간다.
어머니는 삶에 활기를 띠어가는 아들을 보며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마리를 사랑하게 된 루벤은 상상속의 마리를 무엇보다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리는 촉감으로 느껴질 자신의 얼굴의 흉터를 그가 느낄까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루벤에게 그녀의 흉터는 아름다운 얼음 꽃일 뿐. 이렇게 서로는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며 안정감을 느껴간다.
그러나 삶이란 언제나 나쁠 수 없고 언제나 좋을 수 없는 일. 마리는 루벤의 사랑이 느껴질수록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절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는 루벤의 어머니와 주치의의 대화 속에서 루벤이 시력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루벤이 주는 큰 사랑에 자신의 외모는 보잘 것 없었다. 빨강머리도 젊음도 아닌, 그저 백반증으로 만들어진 백발의 흉터 가득한 하얀 얼굴 뿐. 그날 밤 마리는 루벤이 잠든 사이에 긴 편지를 남기고 그의 곁을 떠난다.
이윽고 수술이 끝나고 시력을 찾게 된 루벤이지만 마리가 남긴 ‘눈을 뜨면 많은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마리와의 기억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루벤. 그는 마리를 찾아 나섰고 하루하루 그녀만을 기다리는 절망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루벤은 그녀와 즐겨 읽던 ‘안델센의 동화집’을 찾으러 가고 그가 간 도서실에서 그는 마리를 만난다.
그녀를 한 번도 보진 못했지만 옆을 스쳐가는 그녀의 체취로 그녀란 것을 느꼈고 그를 피하려는 마리를 세워 책을 읽어보라 말한 뒤 자신의 마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는 포옹을 하고 루벤은 다시 그녀에게 다시 돌아오라 애원한다. 하지만 눈을 가진 루벤의 사랑을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고 이미 볼 수 있는 루벤앞에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신세인 것이다. 마리는 이런 쓰라림 속에 다시 루벤을 떠난다.
수술 후, 루벤은 악몽 같은 칠흑 속에서 시력을 되찾았지만 더이상 마리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엄마는 뒤늦게 주치의를 통해 마리가 남기고 간 편지를 건네준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보고 있겠지,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건 네 손끝으로 본 세상일거야, 내 사랑 나를 기억해줘, 내 손끝, 네 귓가에 남은 나를…. 너로 인해 난 놀라운 사랑을 봤어, 가장 순수한 사랑”, “진실한 사랑은 보이지 않아, 영원함도 그렇고…”
차가운 겨울날, 마리가 남기고간 편지를 읽고 밖으로 나온 루벤. 그는 찬바람 가득한 밖으로 나와 다시 맹인이 되고자 송곳 같은 긴 고드름으로 자신의 눈을 찌른다. 눈을 잃으면 그녀를 얻는 것이기에 루벤이 택한 마리의 사랑을 되돌리는 것은 이 방법밖에 없었던 것이다.
3. 영화 블라인드 감상평
인간은 어느 한쪽의 능력을 잃게 되면 다른 한 쪽의 능력이 탁월해진다고 한다. 자폐아의 천재적인 기억력이라든가, 네 개의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멋지게 두드렸던 어느 소녀. 도쿄 전체를 한눈에 담아 다음날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그려내던 자폐아가 그들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몇 배의 비범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백반증을 앓았던 그녀가 처음 루벤에게 말한 빨강 머리의 푸른 눈의 아름다운 여성으로 포장했던 말도 시력을 찾은 루벤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
눈으로 보는 사랑보다 마음으로 읽는 사랑이 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로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존재란 것을 일깨워준 영화 “블라인드”, 이 영화를 두고 더 이상 명작이라 말하는 것은 우매한 찬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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