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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공기살인 숨겨진 위협: 침묵의 살인자

by jinsit 2024. 1. 20.

영화 공기살인 - 가습기 살균제 사건

1. 영화 배경 및 개요

건조한 방안에 가습기 대신 수경식물 두 개를 준비했다. 물때가 끼는 가습기 청소도 귀찮거니와 최근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데 따른 결정이었다. 사흘 전 뉴스에서도 힘겹게 살아남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후유증의 심각성을 언급하고 있었다.

 

공기를 타고 폐 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미확인 살상무기. 단지 공기를 마셨을 뿐인데 이유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에 대한 원인파악과 가해자 없이 남겨진 피해자들에 대한 뉴스였다.

 

오래 전 ‘넷플릭스’를 통해 <공기살인>(2022)이란 영화를 접했던 터이기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고발영화를 통해 깨달은 당시 피해자들의 심각성에 대해 이 글을 통해 미약하나마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가습기메이트’란 이름의 출시를 시작으로 출시 첫해부터 10만개가 팔리는 히트상품이 되면서 다른 회사들도 제품개발에 뛰어들면서 1996년부터는 ‘옥시, 애경, LG생활건강’ 등이 잇달아 관련 상품을 출시, 2005년에서 2021년까지 약 1천만 개가 판매됐다. 특히 옥시의 제품은 11년간 415만개나 팔렸다고 한다. (연합뉴스, 23,12.15)

 

죽음의 병이라 불렸던 이 병은 봄이면 발병했다 여름에 사라지는 원인미상의 폐질환이었다.

이 질환은 죽음의 병이라 불리며 2011년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줄지어 입원하는 산모와 유아들, 이들은 모두 폐가 딱딱해지는 섬유화현상과 폐가 터지는 증상을 보이는 등 원인을 알 수 없이 단시간 안에 사망에 이르렀다.

 

이러한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많은 환자들의 죽음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원인을 규명하기만도 오랜 세월을 거쳐야 했고, 그 피해접수가 늘어나면서 살균제를 만든 거대 회사 측과의 싸움은 장기간 지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달 전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12년 만에 ’옥시‘ 회사 측으로부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확정 받았다.(2023.12.13.)

 

이에 1835명의 사망자와 7877명을 폐질환으로 병들고 사망에 이르게 한 대한민국의 중대한 사건의 기록으로 남게 된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었던 만큼 사회적 파장 또한 심각했다.

 

그리고 그동안 피해 사실만 있고 가해자가 없었던 이 사건은 <공기살인>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등의 사회적 이슈로 급물살을 타면서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회사 측과 오랜 싸움을 거쳤고, 그 결과 얻어낸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2. 영화 줄거리 및 결말: ‘공기살인’을 통해 본 거대기업과의 싸움

정경유착의 오랜 관행은 우리사회에서 개인과 기업과의 법정 싸움에서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영화는 힘은 논리에 어떻게 반박하고 그 실마리를 어떤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는지 실제를 기반으로 짜여졌다.

영화의 화면은 ‘2011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 되었습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된다.

 

늦잠에 빠진 남편 ‘태훈(김상경)’은 출근을 재촉하는 아내 '길주(서영희)‘의 말에 소파위에서 눈을 뜨고 카메라는 소파위에 걸려있는 단란한 가족사진을 비춰준다. 그저 여느 가족과 같은 평범한 일상이다.

 

병원으로 출근한 태훈은 아들이 병원으로 실려오면서 영화는 본론의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병원 검사결과 아이의 폐는 이미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소식을 듣고 뛰어온 아내 길주는 서둘러 아이의 입원준비를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한편, 길주의 친 동생이자, 태훈의 처제인 중앙지검 검사 ‘영주(이선빈)’는 조카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언니 집을 방문하나, 인기척 없는 집 방안에서 아이의 옷을 챙기러 갔던 언니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서둘러 병원으로 옮겼지만 원인도 이유도 모른 채 언니 역시 사망하고 증상 또한 조카와 같은 폐질환이었다.

 

의사인 태훈은 이 정도의 폐 상태가 되려면 1년 전 부터는 증상이 있어야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주는 언니와 이 병원에서 5개월 전에 폐 검사를 했고 검사결과 아무런 이상증세가 발견되지 않았었다. 태훈은 자료를 통해 당시 건강했던 폐 사진을 확인하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영화에서 감독이 의도한 이 장면은 실제 가습기사건의 문제를 파헤치는데 중요한 단초가 된다.

그동안 많은 의사들이 사망한 환자들의 증상의 원인조차 규명할 실마리를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기까지는 부검을 통해서만 가능했고 실제 감기나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가족도 부검을 의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점이 이미 이슈화된 실제 사건에서 영화로의 접근을 시도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부검을 통해 실제 사건에서 파악할 수 없었던 ‘기관지를 통해 폐까지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그 어떤 것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유사한 폐질환을 발견하고 오랫동안 연구했다던 한 교수를 찾아가 그동안의 사건과 병원을 그만두게 된 연유를 듣게 된다.

 

단순한 감기증세로 진단된 환자들이 급격히 폐질환으로 줄줄이 사망하고 더구나 임산부나 영·유아라는 특정 환자들에게 봄에만 나타났다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친 후, 또 다시 봄에 나타나는 기막히고 희귀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급기야 태훈은 처제와 함께 피해자들의 가가호호를 방문하며 병의 원인을 밝히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집에서 환자들 머리맡에 빠짐없이 놓여있던 가습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겨울철 각 가정에서 가습기를 트는 일 은 다반사가 아니던가.

 

하지만 태훈은 죽은 아내로부터 들었던, 가습기 균을 제거해준다던 살균제가 들어있는 문제의 살균제병을 떠올린다.

 

그리고 평소 아이를 안고 누워있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며 머리맡에서 뿜어내던 가습기를 생각하며 그곳에서 동물실험에 들어간다. 그러나 실험 결과 쥐들이 모두 폐질환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의뢰한다.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인 ‘오투’회사의 ‘아이 깔끔이’의 주요성분인 PHMG(Material Safety Date Sheet)의 독성시험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듣게 된다.

 

일이 불거지자 거대기업인 ‘오투’는 의원과의 돈거래까지 하면서 이를 무마하기 바쁘고, 전 법원장이었던 유명로펌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전관예우를 노려 사건을 무마하려는 꼼수를 부린다.

이에 영주는 그간 법과 정의를 내세웠던 선배 지검장님 경한(송영규)을 찾아가 자료를 건넨 후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그 역시 법정에 나와 영주를 배신하고 상대편 변호를 한다.

 

이렇게 영화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사건이라도 정의를 버릴 수 있다는 현 사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큰 호평을 얻지 못한 이유 역시,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영화로써 보여줘야 할 더 큰 사건을 만들 수 있거나, 이 어처구니없는 현 사태를 덮을 만큼의 큰 이슈를 만들어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다.

 

이렇게 영주는 그가 믿었던 선배이자 존경하는 지검장이었지만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음에 더 이상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닌 세상이라 낙담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을 모아놓고 긴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로 일본의 ‘미나마타 사건(1932년 일본에서 발생했던 이 사건은 무려 5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폐수를 방류했던 공장과 이를 수수방관했던 정부, 모두 피해자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하고야 말았다)’을 예를 들며 힘껏 싸워나갈 것을 다짐한다.

 

이윽고 재판은 미국 국적 여성의 사망으로 인해 물살을 타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에 매수되는 피해자가 생겨나고 기업의 힘으로 언론을 매수하는 일도 벌어진다.

 

태훈에게도 역시 죽어가는 아들의 폐를 준다는 말로 그를 매수하려하나 이에 응하는 척 기업에 들어가 거짓 실험의 결과물을 세상에 터트린다.

 

결국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은 회사 내부의 중심부의 임원으로 위장해 근무하며 회사 내부 깊숙한 기밀을 밝혀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잠입 취업으로 긴 시간 임원의 자리까지 오르며 회사기밀을 밝혀낸 어느 피해자 가족의 노력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독성이었음이 세상에 밝혀진다.

 

이어 흐르는 화면은 여전히 피해자 가족들이 모인 데모현장을 비춰주는 것으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건임을 보여주는 가운데, 실제 사건의 보충 자막이 흐르며 영화는 끝이 난다.

 

“2020년 한국환경보건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건강피해자 수는 95만명, 그 중 2만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였다.”

 

“우리도 한 번 갈 기억해봐야 한다. 혹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약 1000만여 통이 판매되었다. 그건 대한민국 국민 절반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3. 숨겨진 위협: 침묵의 살인자

이 사건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말끔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며칠 전 뉴스에서 언급한 사망자 이외의 현재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처우문제를 거론해 보고자 한다.

 

현재 성장하고 있는 피해 아이들은 하루하루 숱한 고비를 넘기며 살고 있다. 예를 들어 피해 청소년 중 병역의무 대상자들에 대한 병무 당국의 신체판정 기준 검토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단순 꾀병이나 병역기피자로 받아들이는 국방부 측의 입장 역시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이 사건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통해 17년간 방치된 사건의 실체가 밝혀졌다. 그리고 이 사건은 영화 뿐 아니라, 그 엄청난 파장만큼이나 여러 매스컴에서 다뤘던 많은 사망자를 낸 사건이므로 영화는 이 거대 사건의 진실을 다 담을 수 없었음을 밝히고 싶다.

 

따라서 영화 제목이 갖는 ‘공기살인’은 이 사건을 통해 공기를 마시지 못하는 세상으로 바뀌게 될 미래 환경에 대한 또 다른 경종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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